[ 푸코 - 성의 역사 1~4권 완간 ]
미셸 푸코의 <성의 역사(L’Histoire de la sexualité)>는 현재까지 총 4권으로 구성되는데, 1권 <지식의 의지(La volonté de savoir)>는 1976년, 2권 <쾌락의 활용(L’usage des plaisirs)>과 3권 <자기에의 배려(Le souci de soi)>는 사망 직전인 1984년, 4권 <육체의 고백(Les aveux de la chair)>은 2018년에 출간됐다. 제1권에서 푸코는 빌헬름 라이히(Wilhelm Reich)를 위시한 일련의 저자들이 제시한 “억압 가설,” 즉 근대 서구사회가 성을 억눌러왔다는 주장을 반박하며 성과 권력의 문제를 새로이 역사화하고자 했다. 제2권부터 그는 처음의 6부작 계획을 폐기하고 새로운 접근법과 구성에 따라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자기조절ㆍ자기관리 기술을 ‘성’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천착했다. 따라서 2권과 3권은 차라리 ‘새로운 성의 역사’의 1권과 2권이라 명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작업을 통해 푸코는 자신에게 낯선 고대 그리스ㆍ로마와 초기 기독교라는 영역으로 들어가는 모험을 감행했다. “이전에 내게 친숙했던 영역과는 동떨어진 시기와 관련해 그 질문을 구상해 나가려는 것, 그것은 분명 내가 계획했던 초안의 포기와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로써 오래 전부터 내가 제기하고자 했던 질문에는 보다 근접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한편으로는 그에게도 힘겹고 “가장 덜 즐거운” 과정이었을 뿐 아니라 다른 한편으로 그의 통치성ㆍ권력 개념에 열광했던 독자들에게도 실망을 안겨주었다.
이제 우리는 푸코의 <성의 역사>에 대한 기존의 이해가 제1권에만 치중된 경향을 극복하고, 그것이 “페미니즘 편인지 그 반대편인지”와 같은 낡은 질문을 지양하며, 대신 1권부터 4권까지를 그 저술과정의 역사학적 맥락 속에서 총체적으로 이해하려고 시도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우리는 푸코의 저술뿐 아니라 그의 작업에 영향을 준 역사가들의 동시대 작업을 함께 살펴보면서 <성의 역사>를 하나의 역사적 텍스트로서 읽는 것, 다시 말해 그것의 진리치를 다투지 않으며 다만 그 형성 맥락을 파악함으로써 푸코의 ‘발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즉 <성의 역사>를 역사서술인 동시에 사료로서 취급하고, 우리가 다른 사료를 읽을 때 이론적 혜안을 제공해줄 경전 혹은 위대한 철학서로서 다루지 않는 시도가 필요하다.
이로써 우리는 <성의 역사> 2~4권에 생명을 주고 그것들로부터 다시 자양분을 얻어간 역사학적ㆍ고전학적ㆍ사회인류학적 생태계를 조금 더 이해하고, 2~4권이 푸코의 일생의 작업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음미하며, 나아가 젠더의 역사에 접근하는 사유와 방법을 성찰해볼 수 있는 가능성을 얻게 된다. 푸코가 살아있었다면 제1권의 기획을 포기하고 새로운 도전을 감행했던 1980년대의 그를 이해하려는 우리의 이러한 시도를 정당하게 평가할 것이다. “애를 쓰는 것, 시작하고 다시 시작하는 것, 시도해보는 것, 틀리는 것, 모든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하는 것 (…) 요컨대 의구심을 품고서 신중하게 작업하는 것을 포기로 간주하는 사람들로 말하자면, 우리가 그들과 같은 세계에 속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은 명백한 일이다.”